예비사회인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때 다음 중 어떤 선택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까요? 1)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2) 둘 이상의 분야에서 상위 25%에 속하기. ‘박식가의 경쟁우위’(The Polymath Advantage) 이론에 따르면 후자가 오래오래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전자는 목표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설사 그러한 목표를 추구하더라도 개인의 노력 외에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로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나이 제한을 초과해 출전 기회가 없어진 선수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반면 후자는 개인이 흥미를 느끼고 관심이 있는 영역들에 충분히 몰입한다면 달성할 확률이 낮지 않습니다. 코드 개발자이면서 사용자경험(UX) 디자인도 다룰 수 있고 두 영역 모두 일정한 수준 이상이 된다면 시장에서의 경력 가치가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비영리와 영리에서의 경험을 함께 갖추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서로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다수 영역의 일정한 실력이 연결될 때 독특성과 차별성이 시작됩니다.
이는 기업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 탄탄한 매출과 수익을 보장했던 한 영역에서의 확고함이 불확실과 모호함의 환경에서는 거꾸로 비대함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역시 앞서 ‘박식가의 경쟁우위’와 같이 둘 이상의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추가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임팩트투자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소셜벤처들은 이런 관점에서 독특한 경쟁우위 잠재력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소셜벤처는 다양한 가치와 관점의 교차 연결망을 가진 다중 이해관계자 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일수록 상황이 급변할 때 무너지지 않는 대응력이 강하고, 특정한 사회적 필요가 높아질 때 추진력 역시 강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임팩트투자 검토를 한 ‘고요한택시’(코액터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처음 접하는 분들은 대부분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라고? 과연 안전할까?’라는 의문을 갖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32만명 이상으로 국내 장애인 유형 중 두번째로 많은 청각장애인도 자격시험을 봐서 택시면허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탑승객은 운전기사와 연결된 태블릿피시를 통해 음성이나 키보드, 터치패드로 소통합니다. 청각장애인 운전기사는 고도의 집중과 승객에게 ‘고요한’ 경험을 제공하며 목적지까지 안전운전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청각장애인은 안 들리기에 운전할 때 비장애인보다 시각적으로 더 잘 보게 된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과 택시라는 기묘한 연결은 소셜벤처의 ‘박식가의 경쟁우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내 청각장애인의 일자리 종류와 질이 높지 않고, 일자리를 확보한 청각장애인의 월평균 수입이 125만원 안팎이 될 때 ‘고요한택시’는 택시 기사라는 새로운 직무를 추가해 일자리 다양성을 높이고 월평균 수입이 250만원 이상이 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많은 택시 승객들이 쾌적하고 ‘고요한’ 탑승 경험을 원하는 것과 청각장애인 운전기사가 모는 택시 역시 수요와 공급이 신기하게 연결됩니다.
게다가 ‘고요한택시’는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전환되어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법인들이 고용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연계고용부담금 감면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1년 단위로 계약해 업무에 활용하게 되면 연간 최대 50%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이 환급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상적인 비용을 통해서도 청각장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혁신성으로 ‘고요한택시’는 2019년 글로벌 스타트업 엑스포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고, 2020년 초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에서 에스케이텔레콤(SKT)과 함께 ‘접근성과 포용성을 위한 모바일 활용 사례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통해 플랫폼운송사업 제도가 신설되면서 ‘고요한택시’는 사회적 가치와 택시가 연결되는 경쟁우위의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가 늘어나는 것은 임팩트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좋은 소식입니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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