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나 창업가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이제 60명 넘어가는 조직을 이끄는 시점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건 마치 비유적으로 전쟁에 참여했지만, 끝날 기미가 없는 전쟁을 해가면서도 또 개인의 삶은 그대로 지속하는 이중성 아닐까요?’
금방 끝나는 해프닝이라고 간주했던 어떤 전투. 사람들은 그 해가 끝나기 전 크리스마스 이전에 복귀할 것이라며 출전하는 군인들을 환송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역사가들이 이름을 붙이기까지 누구도 이 게임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1914년 7월 28일, ‘제1차 세계대전’이라 사후에 명명된 전쟁의 시작은 이러했다. 1918년 종전이 되기까지 이어진 1460일 동안의 참호전쟁에서 군인들은 휴가를 쓰고 집에 다녀 왔고 다시 전쟁에 참여하기를 지속했다. 전쟁과 일상이 공존했다. 창업한 날, 새로운 혁신을 시작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날도 이와 비슷한 시작일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사이먼 시넥은 비즈니스와 혁신 생태계 관점에서 이를 ‘무한게임’(The Infinite Game)이라고 설명한다. 저서 ‘인피니티게임’에서 그는 비즈니스를 “승패가 갈리는 운동 경기,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게임을 해나가는 여정 그 자체가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한두 번의 승리나 성공은 의미가 없다. 전쟁이 계속되더라도 일상을 꾸리고 계속 게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무한게임’이다. “게임에 명확한 종료 지점이 없어서 사실상 ‘이긴다’는 개념도 없다. 무한게임의 주목적은 게임을 계속해 나가며 그 게임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유럽에서 사회혁신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오래전 ‘소셜섹터에 참여하는 종사자들의 유입 유형’을 바탕으로 박사논문을 썼다. 나 역시 인터뷰에 참여했는데,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하나는 ‘이 영역이 새롭게 부상하며 기회가 있다고 느끼기에 진입한 그룹’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철학과 미션이 이 영역과 유사하기에 진입한 그룹’이었다. 당시 유형별로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이 길게는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는지를 추적한 결과를 오랜만에 만나 들을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소셜섹터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였다. 변화를 조금씩이라도 만든 사람들은 ‘게임을 해나가는 여정’을 벗어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사이먼 시넥은 “무한게임의 결말이란 게임을 지속할 의지력을 잃거나 자원을 다 쓴 참여자가 게임에서 물러날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게임이 ‘무한게임’이라면, 이 여정에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할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 비결에 대해 시넥과 앞서의 박사논문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왜(why)’로 요약될 수 있는 ‘미션’이다.
올해를 ‘무한게임의 원년’으로 지정한 엠와이소셜컴퍼니는 지난 3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수퍼비전(supervision)이라 불리는 15명의 임원급 멤버들이 며칠간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개인화된 ‘미션 리퀘스트’(Mission Request)를 작성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동안 한 명 한 명을 만나 회사에 미션을 설명하고, 이러한 미션에 초대하는 ‘미션 딜리버리’(Mission Delivery) 시간을 개별적으로 가졌다. 첫 시도였지만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한 명 한 명의 구성원에게 15명의 수퍼비전들이 공동 작성해 전달한 ‘미션 리퀘스트’를 통해 회사가 개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지를 알게 됐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또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됐다’ ‘자기의 위치를 인식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혔다’와 같은 피드백에서부터 ‘업무 할당이 아닌 미션에 초대하는 회사가 고맙다’와 ‘내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더 선명해지니 함께 오래 가고 싶다’ 같은 피드백도 왔다.
창업 일선에서든,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에서든 우리는 무한게임을 마주한다. 쉽게 끝나지 않고 종료 시점도 명확하지 않은 이 게임. 그저 게임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 가는 여정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게임의 승자가 될 자격이 있다. 전쟁 중에도 휴가를 누리듯, 무한게임을 하면서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내가 왜 이 무한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 그 미션이 명확하다면 말이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