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의 안식휴가를 다녀왔다. 대표가 된 지 10년만에 처음이었다. 10년 전 MYSC 매출은 2억2000만원을 간신히 넘겼고,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이후 자본전액잠식을 경험하면서 영리법인을 폐업하고 비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며 투자 운용자산 600억원 이상, 130개 이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10년전 임팩트투자는 누적 4건이 고작이었다.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임팩트투자사를 표방했던 MYSC에게 당시는 무척이나 곤고한 시기였다. 사회혁신과 임팩트투자는 과연 언제 지속가능해질까란 질문은 그 당시 사치스러운 질문이었다. 한국에서 사회혁신과 임팩트투자는 과연 지속가능할까란 질문이 진실에 가까웠다.
안식휴가는 1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 그 질문을 마주해볼 수 있는 여유였다. 그때로부터 지금은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까? 크게 세 가지의 변화를 개인적으로 반추해봤다. 첫째, ‘임팩트’라는 영역이 경제계와 자본시장의 메인 스트림에 포함됐다. 과거에 ‘임팩트’는 영리와 비영리 사이에 있는 무언가, 또는 두 섹터의 융합이라는 관점만으로도 충돌되는 버거운 논의들이 지배했다. ‘MYSC는 비영리법인일 줄 알았다’고 말하는 분들을 종종 만나기도 했다. 나 역시 그런 관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1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소셜 벤처링’(social venturing)이란 2박 3일 워크숍에 참여했을 때다. 참가비만 1만 달러가 넘었지만 초대를 받아 참여한 이곳에서 나는 응당 ‘소셜’이란 단어를 보고 사회적기업가들 또는 대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모일 것으로 생각했다. 참가자들은 놀랍게도 바클레이스, 비자, 마스터카드 등 다국적 대기업의 신사업 또는 혁심 담당임원들이었다. 이보다 조금 더 이른 시기 모태펀드에 ‘임팩트투자’ 출자 계획이 있는지 문의한 적이 있었다. 담당자는 짧게 회사 소개를 듣더니 “저희는 부티크(boutique) 분야 출자는 하지 않습니다”라며 짧은 통화를 마무리했다. 지금은? 모태펀드는 달라졌다. MYSC는 모태펀드로부터 세 번이나 출자 운용사로 선정됐고, 수조원이 넘는 운용자산을 가진 거대 투자사가 임팩트투자 프레임을 갖추도록 돕고 있다.
둘째, 임팩트투자 자체의 양적·질적 성장이 빠르다. 10년 전 MYSC 개별 기업 당 투자 사이즈는 몇 천만원 수준이었다. 얼마전에는 AI 데이터 전문기업 ‘테스트웍스’에 시리즈B 브릿지 투자 2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금액 기준으로 100배 이상의 양적 성장이다. 테스트웍스는 기업공개(IPO)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인증사회적기업의 국내 최초 기업공개 사례가 나오는 것도 기다려진다. 더나은미래에 ‘투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능 주제로 나온 ‘한국의 임팩트 투자자 8인 인터뷰’(2016년 5월 10일자) 기사가 떠오른다. 만약 같은 주제의 기사를 지금 쓴다면 ‘20인’ 이상은 인터뷰를 해야 할 것이다. 임팩트투자의 주제, 관점, 단계, 그리고 그에 따르는 투자 하우스만의 방법론과 철학 모두가 질적으로 발전했다. 마치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百家爭鳴)과 같은 시기다. 이러한 시기가 왔기에 MYSC 역시 자극을 받고 인사이트를 얻으며 배우고 성장했음에 감사하다. 특정 산업 생태계 내에서의 성장은 개별이 아닌 ‘사회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임팩트’ 영역이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과 글로벌로 동시다발로 확장되고 있다. 공간적으로 ‘임팩트 멀티버스’ 시대라 부를 만하다. 한국에서 지역은 과거 레거시 산업의 관점에서는 ‘변방’이나 ‘생산기지’였을 수 있지만, 지금 지역은 레거시 산업이 수도권에서 직면한 규제와 물리적 제한을 넘어 새로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혁신의 프론티어’ 또는 혁신 샌드박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별로 액셀러레이터 설립, 지역이 중심이 되어 출자하는 펀드 조성 논의 흐름이 거세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특히 경쟁력이 높은 해양수산, 농식품, 재생에너지, 관광, 문화예술 등 산업 분야의 새로운 활기가 예상된다. 또한 한국은 동남아를 비롯해 글로벌 영역으로 날렵하게 연대하고 힘을 합치고 있다. 한국 특유의 창업 생태계가 가진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체 생존 모드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스타트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로 국내에서 파트너들을 초대했던 MYSC도 올해 10월 처음으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미국, 영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대만, 홍콩, 한국 등 임팩트투자자들이 모이는 모임을 주관한다. 국가 단위의 ‘임팩트’를 넘어 국가를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임팩트’가 앞으로의 새로운 방향이 된다.
10년을 돌아보니 보이는 뚜렷한 변화들. 이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품을 새로운 질문들도 더욱 뚜렷해 진다. 임팩트 산업과 개별 조직들의 지속가능성 고민을 넘어, 이제 우리가 확보해 가고 있는 지속가능성은 앞으로 어떤 더 큰 도전을 위한 연료와 거름으로 쓰여야 할 것인가? J. F. 케네디는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라고 말했다.
우리의 ‘달’은 어디일까?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